서울 전세 갱신계약 절반 돌파, 매물은 사라지고 전셋값은 오르고
서울 아파트 전세 갱신계약 비율이 51.8%로 역대 최초 절반을 넘겼습니다. 매물은 27% 급감하고 전셋값은 56주째 오르는 전세 품귀 현상을 분석합니다.
이사 가고 싶어도 갈 곳이 없습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에 이상 신호가 켜졌습니다. 2026년 3월, 전세 계약 두 건 중 한 건 이상이 기존 세입자의 재계약입니다. 새로 이사 가는 사람보다, 그 자리에 눌러앉는 사람이 더 많아진 겁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3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갱신계약 비율이 51.8%를 기록했습니다. 2022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절반을 넘겼습니다. "이사 가고 싶은데 매물이 없어서 못 간다"는 세입자들의 한숨이 숫자로 드러난 셈이죠.
이게 우리 같은 직장인에게 왜 중요할까요? 세입자들이 이사를 안 하면 시장에 빈 전세 매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새로 전세를 구해야 하는 사람은 선택지가 줄어들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셋값은 올라갑니다. 전형적인 악순환입니다.
왜 세입자들이 이사를 포기했을까
토지거래허가제가 만든 전세 가뭄
가장 큰 원인은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확대입니다. 토허제란 특정 지역에서 부동산을 사면 반드시 직접 살아야 하는 규제입니다. 쉽게 말해, "사서 전세 놓기"가 불가능해진 거죠.
이 규제가 확대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예전에는 투자자가 아파트를 사고 전세를 놓았습니다. 이른바 '갭 투자'인데요, 이 과정에서 전세 매물이 시장에 공급됐습니다. 토허제가 막아버리니 신규 전세 공급이 뚝 끊긴 겁니다.
특히 서울 외곽 지역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갭 투자 비중이 높았던 노원, 성북, 중랑, 관악 같은 곳이죠. 이 지역들은 전세 매물이 '씨가 말랐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닙니다.
전셋값 올라서 이사 비용이 너무 큽니다
두 번째 이유는 전셋값 상승입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현재 56주 연속 상승 중입니다. 1년 넘게 한 주도 쉬지 않고 올랐다는 뜻입니다.
올해 1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 6948만원입니다. 연봉 5000만원 직장인이 한 푼도 안 쓰고 13년 넘게 모아야 하는 금액이죠. 1년 전보다 5.8%, 금액으로 약 3,700만원이 올랐습니다.
지금 전세를 사는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하려면, 보증금 차이만큼 추가로 돈을 마련해야 합니다. 3,000~4,000만원을 추가로 구해야 하니 "차라리 여기서 재계약하자"는 선택이 합리적인 거죠.
대출 규제까지 삼중고
세 번째는 강화된 대출 규제입니다. DSR(연소득 대비 대출 원리금 비율) 규제가 촘촘해지면서 전세대출 한도가 줄었습니다.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돈이 적어지니, 더 비싼 전세로 옮기기가 어려워진 겁니다.
토허제에 전셋값 상승, 대출 규제까지. 세입자 입장에서는 이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삼중고입니다.
숫자로 보는 전세 품귀의 실태
매물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올해 초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약 23,060건이었습니다. 그런데 두 달 만에 16,880건으로 줄었습니다. 27%가 증발한 셈이죠. 2021년 1월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입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40%나 감소했습니다. 작년에 10개 있던 전세 매물이 올해는 6개로 줄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노원구는 '전세 사막'이 됐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격차가 극심합니다. 강남구 전세 매물은 올해 초 대비 17.9% 줄었습니다. 적지 않은 수치죠. 그런데 노원구는 65.4%가 사라졌습니다. 강남의 거의 4배입니다.
노원구 대단지 아파트의 현실이 충격적입니다.
| 단지명 | 세대수 | 전세 매물 |
|---|---|---|
| 중계그린아파트 | 3,481가구 | 7건 |
| 상계주공6단지 | 2,646가구 | 5건 |
| 중계무지개 | 2,438가구 | 3건 |
| 삼익세라믹 | 1,541가구 | 3건 |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에 전세 매물이 한 자릿수입니다. 전세를 구하러 온 사람이 매물을 찾을 확률은 0.2%에 불과합니다. 로또보다는 낫지만, 거의 '없다'와 같은 수준이죠.
관악구도 마찬가지입니다. 3천 세대 단지에 전세 매물이 딱 1건입니다.
수급지수가 경고등을 켰습니다
KB부동산이 집계하는 전세수급지수를 보겠습니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이 매물보다 많다는 뜻입니다. 숫자가 클수록 전세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서울 전체 수급지수는 166.8입니다. 2021년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강북 14개구는 182.67, 강남 11개구는 161.24로, 외곽 지역 전세난이 훨씬 심합니다.
한국부동산원의 전세지수도 100.6을 기록했습니다. 2022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선(100)을 넘었습니다. 모든 지표가 '전세 구하기 힘들다'를 외치고 있는 셈이죠.

매물은 늘고 전세는 줄고, 이상한 역설
흥미로운 현상이 하나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급증하고 있습니다. 1월 56,107건이던 매물이 3월에는 78,077건으로 40%나 늘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5월 9일이 데드라인입니다. 이날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부활합니다. 양도세 중과란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이 집을 팔 때 세금을 훨씬 많이 매기는 제도입니다.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p, 3주택 이상은 30%p가 추가됩니다. 지방세까지 합치면 최고 82.5%입니다.
쉽게 말해, 5억원 차익이 난 집을 팔면 세금이 4억원 넘게 나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러니 다주택자들이 5월 전에 집을 서둘러 내놓고 있는 거죠.
그런데 매매 매물은 쏟아지는데 전세 매물은 오히려 줄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다주택자가 집을 팔면, 그 집에 살던 세입자는 새 집을 구해야 합니다. 하지만 시장에 새로운 전세 매물은 안 나옵니다. 기존 세입자들이 다른 곳으로 밀려나면서 전세 수요만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세낀 매물 매도를 유도하면 기존 세입자들은 새 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전세난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도 29,161가구에 그칩니다. 지난해 42,611가구보다 31.6% 줄었습니다. 새로 지은 아파트가 적으니 새 전세 매물도 적을 수밖에 없죠. 공급 가뭄이 전세난을 더 부추기고 있습니다.
전세 만료가 다가오는 세입자, 어떻게 해야 할까
갱신요구권을 쓸까, 합의 재계약을 할까
전세 계약 만료가 다가온다면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첫째, 계약갱신요구권을 쓰는 방법입니다. 이걸 쓰면 전셋값 인상을 기존 보증금의 5% 이내로 제한할 수 있습니다. 5억원 전세라면 최대 2,500만원까지만 올릴 수 있죠. 단점은 평생 한 번만 쓸 수 있고, 갱신 2년 후에는 시세대로 올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둘째, 합의 재계약입니다. 갱신요구권을 아끼고 집주인과 직접 협의하는 방법이죠.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사는 직장인 A씨가 이 길을 택했습니다. A씨는 집주인에게 먼저 보증금 7,000만원 인상을 제안했습니다.
"갱신요구권을 쓰면 2년 후에는 이사하거나 월세로 바꿔야 합니다. 아이 돌봄 때문에 4~5년은 한 자리에서 살아야 하기에, 선제적으로 협의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 서울 동작구 세입자 A씨
실제로 올해 갱신계약 중 갱신요구권 사용 비율은 43.8%입니다. 지난해(47.0%)보다 줄었습니다. 갱신권을 아끼고 합의 재계약을 선택하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는 뜻입니다.
신규 전세를 찾는다면
3~5년 안에 내 집 마련을 계획하는 30대 직장인이라면, 전세를 새로 구할 때 몇 가지를 점검해보세요.
- 발품은 필수입니다. 매물이 극도로 적으니, 관심 지역 공인중개사 3~4곳에 미리 연락해두세요
- 입주 물량을 확인하세요. 새 아파트 입주가 있는 지역은 전세 매물이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 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반드시 가입하세요. 전셋값이 오르는 시기에 집주인이 보증금을 못 돌려주는 사고가 늘어납니다
적합 유형: 2년 안에 이사 계획이 있는 세입자
적합 유형: 아이 돌봄 등 4~5년 장기 거주가 필요한 세입자
전세의 월세화, 새로운 변수
전세 매물이 줄면서 보증부월세로 전환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보증부월세란 전세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바꾸는 계약입니다. 예를 들어 5억원 전세 대신, 보증금 3억원에 월 80만원을 내는 식이죠.
올해 서울 월세 거래 비중은 60.2%입니다. 장기 평균(44.9%)을 크게 웃돕니다. 전세를 원하는데 월세밖에 없는 상황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월세 80만원이면 연간 960만원, 연봉 5,000만원 직장인 세전 소득의 약 19%가 주거비로 나가는 셈입니다.
커뮤니티에서는 어떤 반응일까
부동산 커뮤니티와 경제 카페에서는 불안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2021년 전세 대란이 다시 오는 것 아니냐" 는 우려가 가장 많습니다. 당시에도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전셋값이 폭등했거든요.
신혼부부들의 고충도 자주 올라옵니다. 결혼을 앞두고 서울에 전세를 구하려는 예비 신혼부부들은 "매물 자체가 없다" 며 패닉 상태라는 글이 눈에 띕니다.
한편, "갱신요구권을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두고 고민하는 글도 많습니다. 지금 갱신권을 쓰면 5% 인상 제한을 받아 당장은 이득이지만, 2년 후 재계약 시 시세 폭등을 감당해야 할 수 있다는 걱정이죠.
일부에서는 "정부가 전세 시장 안정 대책을 내놔야 한다" 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까지 전세 시장 불안을 "기우"라고 선을 긋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전세 시장은 어디로
단기: 5월까지 더 팍팍해집니다
5월 9일 양도세 중과 부활까지 다주택자 매매 매물은 계속 쏟아질 겁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존 세입자들이 밀려나면서 전세 수요는 더 늘어납니다. 전세 매물은 더 줄고, 전셋값은 더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기: 올해 내내 품귀가 이어집니다
입주 물량이 작년보다 31.6% 줄었기 때문에, 새 전세 매물 공급은 구조적으로 부족합니다. 전문가들은 올해 서울 전셋값이 3~4%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6억 7천만원 기준으로 2,000만~2,700만원 오른다는 뜻입니다.
"전세 매물 공급이 부족하며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고, 시장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 —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
장기: 전세의 월세화는 가속됩니다
전세 제도 자체가 서서히 바뀌고 있습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보다 월세가 안정적인 수입원입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목돈을 마련하기 어려우니 보증부월세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월세 비중 60%대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전세 만료가 다가오는 분들이라면, 지금부터 준비를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매물이 줄어드는 추세가 반전될 신호는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현재 살고 있는 곳의 재계약 조건을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대안도 함께 알아보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