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조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첫 성적표, 수익률 3.7%의 민낯
734만 직장인의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 첫 공식 평가를 받습니다. 적극투자형 14.93% vs 안정형 2.63%, 30년 뒤 퇴직금 7억 차이가 나는 현실을 짚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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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퇴직금, 제대로 굴러가고 있나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퇴직연금에 가입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내 퇴직금이 지금 어떤 상품에 투자되고 있는지, 수익률은 얼마인지 아시나요?
고용노동부가 3월 26일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의 첫 공식 성적표 를 내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디폴트옵션은 쉽게 말해 "가입자가 투자 방법을 직접 고르지 않으면, 미리 정해둔 상품으로 자동 운용해주는 제도"입니다. 2023년 7월에 시작됐으니 2년 8개월 만의 첫 평가입니다.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전체 평균 수익률은 3.7% 입니다. 물가 상승률 2.1%를 빼면 실질 수익률은 겨우 1.6%입니다. 더 심각한 건 가입자 79.4%가 연 2.63% 수익률의 안정형에 몰려 있다 는 사실입니다. 같은 기간 적극투자형은 14.93%를 기록했습니다. 이 격차가 30년 뒤 퇴직금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디폴트옵션, 왜 만들었나
방치되던 퇴직연금
한국 퇴직연금의 오랜 문제는 "방치"였습니다.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이나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 대부분이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매달 적립해주는 돈이 그냥 예금처럼 방치된 겁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3년 7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이 도입됐습니다. 가입자가 따로 선택하지 않으면 미리 정한 상품으로 자동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2년 8개월 만에 53조 원
제도가 시작된 뒤 성장 속도는 빨랐습니다.

2년 만에 적립금이 4배 이상 늘었습니다. 734만 명이면 직장인 상당수가 해당됩니다. 그런데 이 큰 돈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가 문제입니다.
유형별 수익률, 격차가 심각합니다
디폴트옵션 상품은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올해 초 상품명이 바뀌었습니다. 기존에 "초저위험, 저위험" 같은 이름이 투자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을 받아 "안정형, 적극투자형" 같은 이름으로 변경됐습니다.
| 투자 유형 | 연간 수익률 | 적립금 비중 |
|---|---|---|
| 적극투자형 | 14.93% | 2.6% |
| 중립투자형 | 10.81% | 4.7% |
| 안정투자형 | 7.47% | 7.3% |
| 안정형 (원리금보장) | 2.63% | 85.4% |
| 전체 평균 | 3.69% | 100% |
수익률이 높은 상품일수록 적립금 비중이 낮은 역설적 현실
숫자가 말해주는 현실은 명확합니다. 적립금의 85.4%, 약 45조 5000억 원이 안정형에 쏠려 있습니다. 가입자 기준으로는 79.4%, 약 583만 명입니다.
안정형 수익률 2.63%는 시중 예금금리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물가 상승률 2.1%를 빼면 실질 수익률은 고작 0.5%입니다. 쉽게 말해, 물가 오르는 속도를 겨우 따라가는 정도입니다. 반면 적극투자형은 14.93%를 기록했습니다. 수익률 차이가 5.7배 입니다.
왜 안정형에 몰릴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금융사가 기본값을 안정형으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입자 대부분은 "디폴트옵션이 뭔지도 모르겠고, 회사에서 알아서 해주는 줄 알았다"는 반응입니다. 설정 알림이 와도 무시하거나, 기본값을 그대로 두는 겁니다.
30년 뒤, 퇴직금 7억 원 차이
수익률 차이가 단기적으로는 크게 안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퇴직연금은 20~30년을 모으는 장기 상품입니다. 복리의 힘이 엄청난 차이를 만듭니다.
월급 300만 원 직장인이 매달 약 25만 원(월급의 1/12)을 DC형으로 납입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같은 월급을 받는 두 직장인이 30년을 일했을 때, 안정형을 선택한 사람은 1억 3200만 원 을 받습니다. 적극투자형을 선택한 사람은 8억 6200만 원 을 받습니다. 차이는 약 7억 3000만 원 입니다. 서울 외곽 아파트 한 채 값입니다.
30년 동안 납입한 원금은 둘 다 9000만 원으로 같습니다. 차이를 만든 건 오직 복리 수익률 입니다. 안정형은 원금을 겨우 1.5배로 불렸지만, 적극투자형은 9.6배로 불린 겁니다.
해외는 어떻게 하고 있나
한국의 디폴트옵션 수익률이 유독 낮은 건 아닐까요? 해외와 비교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 국가 | 디폴트옵션 연평균 수익률 | 핵심 차이 |
|---|---|---|
| 영국 | 9.8% | 원리금보장형 배제 |
| 호주 | 8.0% | 성과 미달 펀드 강제 퇴출 |
| 미국 | 7.4~8.6% | 원리금보장형 자체가 없음 |
| 한국 | 2.07~3.7% | 원리금보장형 포함 |
결정적 차이가 보이시나요? 미국, 영국, 호주는 모두 원리금보장형을 디폴트옵션에서 빼버렸습니다. 대신 TDF(타깃데이트펀드)를 기본으로 합니다. TDF는 가입자의 나이에 따라 젊을 때는 주식 비중을 높이고, 은퇴가 가까워지면 채권 비중을 높이는 상품입니다.
미국의 경우 20대 가입자는 주식 비중이 90% 이상입니다. 60대가 되면 자동으로 44%까지 줄어듭니다. 이런 구조 덕분에 장기 수익률이 한국의 2~4배에 달합니다.
OECD 회원국 중 원리금보장형을 디폴트옵션에 포함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 입니다.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첫 공식 평가, 부진 상품은 퇴출
고용노동부가 3월 26일 발표한 내용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최초 승인 후 3년이 경과한 디폴트옵션 상품에 대해 전문 평가기관이 수익률, 안정성, 장기투자 적합성을 종합 평가한다."
--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처음에는 성과 부진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을 유도하는 컨설팅 방식입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부진한 상품은 가입 중지나 퇴출 조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달라지는 것들
평가 방식도 바뀝니다. 기존에는 정성평가가 중심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잘하고 있나요?"라고 물어보는 수준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수익률과 적립금 운용 성과 같은 숫자 중심의 정량평가 비중이 크게 늘어납니다. 성적이 나쁘면 퇴출당할 수 있으니, 금융사들 사이에 경쟁이 붙을 전망입니다.
또 하나 주목할 변화가 있습니다. AI 로보어드바이저 를 활용한 퇴직연금 투자일임 서비스가 제도화를 검토 중입니다. AI가 가입자의 나이, 위험 성향에 맞춰 자산을 자동 배분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연간 한도는 900만 원입니다.
직장인이 지금 해야 할 것
내 디폴트옵션 확인하는 법
대부분의 직장인이 자신의 퇴직연금 유형을 모릅니다. 확인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 퇴직연금 가입 금융기관 의 앱이나 홈페이지에 접속합니다
- 퇴직연금(DC형 또는 IRP) 메뉴에서 "디폴트옵션" 또는 "사전지정운용" 을 찾습니다
- 현재 지정된 상품이 안정형인지, 투자형인지 확인합니다
- 고용노동부 또는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서 분기별 수익률 비교도 가능합니다
변경은 무료, 언제든 가능합니다
디폴트옵션 유형 변경은 수수료가 없습니다. 금융기관 앱에서 바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새로 지정한 상품은 이후 납입분부터 적용 됩니다. 기존에 쌓인 적립금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DC형과 IRP를 각각 갖고 있다면 따로따로 변경해야 합니다.
나이별 선택 가이드
은퇴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느냐가 핵심입니다.
- 20~30대 (은퇴까지 20년 이상): 적극투자형 또는 중립투자형이 유리합니다. 시간이 충분하니 단기 변동을 견딜 수 있습니다
- 40대 (은퇴까지 10~20년): 중립투자형 또는 안정투자형을 고려할 시점입니다
- 50대 이상 (은퇴 임박): 안정투자형 또는 안정형이 적합합니다. 원금 보존이 중요해지는 시기입니다
핵심 원리는 단순합니다. 은퇴까지 시간이 길수록 투자형 비중을 높이는 것이 복리 효과에 유리합니다. 30년 시뮬레이션에서 봤듯이, 시간은 복리의 연료입니다.
세금 혜택도 챙기세요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를 전액 내야 합니다. 하지만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나눠 받으면 세율이 크게 낮아집니다.
- 만 55~70세: 5.5%
- 만 70~80세: 4.4%
- 만 80세 이상: 3.3%
10년 이상 나눠 받으면 퇴직소득세를 최대 40% 감면 받습니다. IRP에 추가 납입하면 연 최대 148만 5000원의 세액공제도 받을 수 있습니다. 연봉 5500만 원 이하 직장인이라면 공제율이 16.5%로 더 유리합니다.
커뮤니티에서는 뭐라고 하나
부동산 카페와 경제 커뮤니티 반응은 크게 세 갈래로 갈립니다.
"바꿔야 한다" 적극 변경파 의 목소리가 큽니다. "2.63%면 예금금리보다 낮은데, 퇴직금을 30년간 이렇게 굴리면 되겠느냐"는 반응입니다. "적극투자형 14.9% vs 안정형 2.6%, 선택은 명확하다"며 젊은 직장인일수록 적극투자형으로 바꾸라는 조언이 이어집니다.
반면 "안전이 제일" 보수파 도 있습니다. "퇴직금은 노후 자금인데 원금 손실이 나면 어떡하나"는 걱정입니다. 2023년 같은 하락장에서는 안정형이 오히려 나았다는 점도 지적합니다. 퇴직금만큼은 원금 보장이 중요하다는 심리입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몰랐다" 무관심층 입니다. "디폴트옵션이 뭔지도 모르겠다", "회사에서 알아서 해주는 줄 알았다"는 반응이 대다수입니다. 설정 알림을 무시하고 기본값을 그대로 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금융사 영업 관행에 대한 비판 도 눈에 띕니다. "금융사가 안정형을 기본값으로 밀어붙이는 것 자체가 문제다", "수수료만 챙기고 수익률 관리는 안 한다"는 지적입니다. "미국처럼 원리금보장형을 디폴트옵션에서 아예 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단기적으로 는 첫 평가 결과에 따라 성과 부진 상품에 개선 권고가 내려집니다. 금융사들 사이에 수익률 경쟁이 시작될 전망입니다. 수수료도 내려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기적으로 는 상품명 변경(위험 → 투자형)과 수익률 비교 공시 강화가 효과를 발휘할 겁니다. "안정형이 가장 좋은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던 가입자들이 숫자를 보고 생각을 바꿀 수 있습니다. AI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제도화되면 자동 자산배분도 확대됩니다.
장기적으로 는 미국, 호주처럼 원리금보장형을 디폴트옵션에서 빼는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OECD 회원국 중 한국과 일본만 유지하고 있으니, 제도 개편 압력이 계속될 겁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지금 내 퇴직연금 유형을 확인하는 것 입니다. 5분이면 됩니다. 그 5분이 30년 뒤 7억 원의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오늘 퇴근 후 금융기관 앱을 한번 열어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