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상한선을 정했는데 왜 계속 오를까, 석유 최고가격제의 진짜 효과
28년 만에 부활한 석유 최고가격제가 2주 만에 210원 인상됐습니다. 유류세 인하까지 더해도 리터 2,000원이 코앞인 이유와, 내 주유비에 실제로 얼마나 영향이 있는지 계산해봤습니다.

상한선을 정했는데, 기름값은 왜 계속 오를까요
주유소에 갈 때마다 가격표를 보기 싫어지는 요즘입니다. 정부가 3월 13일 석유 최고가격제를 발동했습니다. 28년 만에 기름값에 상한선 을 씌운 겁니다. 그런데 2주 만에 그 상한선이 210원이나 올랐습니다. 서울 주유소 휘발유 평균은 1,927원 까지 치솟았습니다. 리터당 2,000원 시대가 코앞입니다.
"상한선을 정했는데 왜 오르는 거야?" 당연한 질문입니다. 오늘은 석유 최고가격제가 뭔지, 진짜 효과가 있긴 한 건지, 내 주유비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지 함께 따져보겠습니다.
미국-이란 전쟁이 기름값을 폭등시켰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혔습니다
3월 9일 미국-이란 전쟁이 터졌습니다.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 입니다. 전 세계 석유의 약 20%가 이 좁은 바닷길을 지나갑니다. 전쟁으로 이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습니다.
결과는 즉각적이었습니다. 국제유가(브렌트유 기준)가 2월 27일 배럴당 72.5달러에서 3월 25일 99.2달러 까지 치솟았습니다. 한 달도 안 돼서 41% 가 뛴 겁니다. 미국 WTI유는 장중 99.67달러까지 오르며 100달러를 위협했습니다.
쉽게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5차선 고속도로가 갑자기 1차선으로 줄어든 상황입니다. 같은 양의 차가 지나가야 하니, 병목이 생기고 비용이 치솟는 겁니다.

국내 기름값은 2,000원이 코앞입니다
국제유가 급등은 곧바로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됐습니다.
| 시점 | 전국 평균 휘발유 | 전국 평균 경유 |
|---|---|---|
| 3월 초 | 1,752원 | 1,730원 |
| 3월 셋째 주 | 1,829원 | 1,828원 |
| 서울 3월 30일 | 1,928원 | 1,900원 돌파 |
서울에서는 이미 리터당 2,000원을 넘긴 주유소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전국 평균도 2,000원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전망입니다.
석유 최고가격제, 아주 쉽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석유 최고가격제"라는 말이 어렵게 들릴 수 있습니다. 핵심은 간단합니다.
정부가 정유사에 "이 가격 이상으로 주유소에 넘기지 마라"라고 상한선을 정하는 제도 입니다. 소비자가 직접 사는 가격이 아니라,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도매가격 에 천장을 씌우는 겁니다.
법적으로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에 근거합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기름값이 급등하거나 급등할 우려가 있을 때 발동할 수 있습니다.
작동 원리를 단계별로 보면
- 정부가 상한가를 정합니다. 국제유가와 국내 경제 상황을 고려해서 정유사 공급가의 최고액을 설정합니다
- 2주마다 다시 계산합니다. 국제유가가 변하면 상한선도 올리거나 내립니다
- 정유사는 이 가격을 넘겨 받을 수 없습니다.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입니다. 초과 수익은 정부가 환수합니다
- 정유사 손실은 나중에 보전합니다. 국제유가가 너무 올라서 정유사가 적자를 보면, 전문가 위원회가 검증한 뒤 정부가 보전해줍니다
쉽게 비유하면 전시 물가통제 입니다. 전쟁 때 쌀값이 폭등하면 정부가 "쌀 한 가마 얼마 이상 못 받는다"고 정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대신 농민의 손해는 나라가 나중에 갚아주는 구조입니다.

왜 28년 만에 꺼냈을까
이 제도는 원래 법에 있었지만 한 번도 쓴 적이 없었습니다. 1997년 석유시장이 완전 자유화되면서 30년 가까이 사문화된 조항이었습니다.
그때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수준이었습니다. 지금은 100달러입니다. 5배 입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정부가 30년 동안 잠들어 있던 법 조항을 깨운 겁니다.
1차에서 2차까지, 2주 만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1차 최고가격: 3월 13일 시행
정부는 3월 13일 0시부터 첫 번째 상한선을 설정했습니다.
| 유종 | 1차 최고가격 |
|---|---|
| 휘발유 | 리터당 1,724원 |
| 경유 | 리터당 1,713원 |
| 등유 | 리터당 1,320원 |
시행 직후 효과가 있긴 했습니다. 전국 주유소 약 90%가 가격을 내렸습니다. 전국 평균 휘발유가 72원, 경유가 97원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미 비싼 값에 기름을 사둔 주유소는 팔수록 적자 였습니다. 가격이 떨어지는 속도도 오를 때보다 훨씬 느렸습니다.
2차 최고가격: 2주 만에 210원 인상
2주가 지나자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정부도 상한선을 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 유종 | 1차 | 2차 | 인상폭 |
|---|---|---|---|
| 휘발유 | 1,724원 | 1,934원 | +210원 |
| 경유 | 1,713원 | 1,923원 | +210원 |
| 등유 | 1,320원 | 1,530원 | +210원 |
3월 27일 시행 첫날, 전국 800여 개 주유소가 즉시 가격을 올렸습니다. 정부는 "시행 첫날 바로 올리는 건 문제"라고 경고했지만, 현실은 정유사 공급가가 오른 만큼 주유소도 따라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유류세 인하까지 더했는데, 왜 부족할까
정부는 2차 최고가격 시행과 동시에 유류세 인하폭도 확대했습니다.
| 항목 | 기존 인하율 | 확대 인하율 | 리터당 추가 절감 |
|---|---|---|---|
| 휘발유 | 7% | 15% | -65원 |
| 경유 | 10% | 25% | -87원 |
경유에 더 큰 인하율을 적용한 이유가 있습니다. 화물차, 배달 차량, 농기계 등이 경유를 씁니다. 물류비가 오르면 택배비, 배달비, 결국 모든 물가가 오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계산을 해보면 문제가 보입니다. 유류세 인하로 아끼는 돈(65~87원)보다, 2차 최고가격 인상분(210원)이 3배 가까이 큽니다. 세금을 깎아줘도 국제유가 상승분을 따라잡지 못하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월급이 5만 원 올랐는데 월세가 15만 원 오른 상황입니다.
| 항목 | 휘발유 | 경유 |
|---|---|---|
| 유류세 인하 절감액 | -65원/L | -87원/L |
| 2차 최고가격 인상분 | +210원/L | +210원/L |
| 실질 부담 증가 | +145원/L | +123원/L |
세금을 깎아줘도 유가 상승분의 3분의 1밖에 막지 못합니다. 월급이 5만 원 오른 사이, 월세가 15만 원 오른 상황입니다.
그래서 최고가격제가 효과가 있는 건가요
있다면 이만큼 있습니다
정부 추정에 따르면,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기름값은 지금보다 훨씬 비쌌을 겁니다.
| 항목 | 최고가격제 없을 때 (추정) | 현재 (최고가격제 적용) | 억제 효과 |
|---|---|---|---|
| 휘발유 | 약 2,200원 이상 | 약 2,000원 내외 | 약 200원/L |
| 경유 | 약 2,400원 이상 | 약 1,900원대 | 약 500원/L |
경유 억제 효과가 특히 큽니다. 리터당 500원이면, 화물차 기사가 한 달에 수십만 원을 아끼는 셈입니다.
없다면 이런 부작용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경고합니다. 오래 쓰면 부작용이 크다 는 겁니다.
"단기적 시장 안정 수단으로 제한적 활용을 권고합니다. 산업별 연료 의존도와 비용 구조 차이를 고려한 차별적 정책 설계가 필요합니다."
-- 산업연구원 이홍 부연구위원
구체적으로 어떤 부작용이 우려될까요?
공급 부족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유사 입장에서 국내에 팔면 손해인데, 해외에 팔면 제값을 받습니다. 국내 공급을 줄이고 수출을 늘리려는 유인이 생깁니다. 이미 정부가 나프타 수출을 5개월간 제한한 것도 이런 우려 때문입니다.
주유소 경영난이 심해집니다. 비싸게 사서 싸게 팔아야 하는 소규모 주유소는 버티기 어렵습니다. 지방 소규모 주유소부터 문을 닫을 수 있습니다.
제도 종료 시 가격 쇼크가 옵니다. 억눌린 가격이 한꺼번에 오를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도 이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부담 일시 경감 효과는 인정하나, 기간이 길어지면 초과수요 발생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한국은행
내 주유비는 얼마나 늘었을까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편도 25km, 왕복 50km를 출퇴근하는 직장인 기준으로 계산해보겠습니다. 한 달 20일 출근하면 월 주행거리는 1,000km입니다.
| 차종 | 월 소요량 | 3월 초 | 현재 | 상한제 없었다면 |
|---|---|---|---|---|
휘발유차 연비 12km/L | 약 83L | 145,416원 | 166,000원 | 약 182,600원 |
경유차 연비 14km/L | 약 71L | 122,830원 | 138,450원 | 약 173,950원 |
LPG차 연비 9km/L | 약 111L | 116,550원 | 127,650원 | — |
취소선 금액은 최고가격제 미적용 시 정부 추정가(휘발유 +200원, 경유 +500원 억제 효과 적용). LPG는 억제 효과 미집계.
편도 25km 출퇴근 직장인 (월 1,000km)
| 차종 | 월 소요량 | 3월 초 주유비 | 현재 주유비 | 증가분 |
|---|---|---|---|---|
| 휘발유차 (연비 12km/L) | 약 83L | 145,416원 | 166,000원 | +20,584원 |
| 경유차 (연비 14km/L) | 약 71L | 122,830원 | 138,450원 | +15,620원 |
| LPG차 (연비 9km/L) | 약 111L | 116,550원 | 127,650원 | +11,100원 |
한 달에 1만 5천 원에서 2만 원이 더 나갑니다. 연간으로 따지면 18만~25만 원 입니다. 점심값 서너 달치가 기름값으로 사라지는 셈입니다.
편도 50km 장거리 통근자라면 이 금액이 2배 가 됩니다. 월 3~4만 원 추가 부담입니다.
유류세 인하로 얼마나 돌려받을까
유류세 인하 확대분을 적용하면 이만큼 절감됩니다.
- 휘발유차: 리터당 65원 절감 x 83L = 월 약 5,395원 절감
- 경유차: 리터당 87원 절감 x 71L = 월 약 6,177원 절감
한 달에 56천 원을 돌려받는 셈입니다. 주유비 증가분(1.52만 원)의 약 3분의 1을 만회하는 수준입니다.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정부 추정대로 휘발유가 200원 더 비쌌다면, 월 주유비는 16,600원 이 추가로 들었을 겁니다. 경유차는 500원 억제 효과를 감안하면 35,500원 을 아끼고 있는 셈입니다.
정리하면, 최고가격제 + 유류세 인하 덕에 월 24만 원을 덜 내고 있지만, 그래도 석 달 전보다 월 1.52만 원은 더 나가는 상황 입니다.
기름값만이 아닙니다, 물류비가 오르면 모든 게 오릅니다
경유 가격 상승은 우리 지갑에 간접적으로도 영향을 줍니다. 택배 트럭, 배달 오토바이, 농산물 운반 차량이 모두 경유를 씁니다.
연구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제조업 생산비용이 0.71% 오릅니다. 지금 유가가 41% 올랐으니, 제조업 비용은 약 2.9% 상승 압력을 받는 셈입니다.
이게 소비자에게 어떻게 전달되냐면요. 택배비가 오릅니다. 배달비가 오릅니다. 편의점 도시락 가격이 오릅니다. 기름값 상승이 물가 전반으로 번지는 것을 경제학에서는 '2차 파급효과'라고 부릅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경유 리터당 2,000원을 넘으면 소비 심리가 확 꺾이고, 물류비 상승이 본격화된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운전자들: "올리면서 상한선이라니"
1차 최고가격제가 시행됐을 때는 반응이 좋았습니다. "드디어 정부가 움직였다"는 평가였습니다. 하지만 2주 만에 210원 올리는 2차 최고가격이 나오자 분위기가 싸늘해졌습니다.
"상한선을 정해놓고 그걸 올린다? 무슨 의미가 있냐"는 반응이 많습니다. "차라리 국민한테 직접 보조금을 주는 게 낫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야당: "손쉽고 게으른 방법"
야당에서는 최고가격제를 직격 비판하고 있습니다. "직접 가격 개입은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수반한다"는 지적입니다. 추경 재정으로 정유사 손실을 보전해야 하는 부담에 대한 우려도 큽니다.
정유업계: 겉으로는 동참, 속으로는 불안
정유 4사(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는 공식적으로 "정부 정책에 충실히 동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수익성 악화 우려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국내 공급가에 상한이 있으니 마진이 줄어드는 반면, 국제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이 격차가 벌어질수록 "국내에 팔기보다 수출하는 게 낫다"는 유인이 커집니다.
주유소: 소규모일수록 힘들다
가장 힘든 곳은 소규모 주유소입니다. 비싸게 사들인 재고를 싸게 팔아야 하니 적자가 쌓입니다. 비수도권 한계 주유소부터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앞으로 기름값은 어디로 갈까
4월: 2,000원 돌파는 거의 확실합니다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면 3차 최고가격도 추가 인상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 기준 휘발유와 경유 모두 리터당 2,000원 돌파는 확실시 됩니다.
셸 CEO는 "항공유부터 디젤, 휘발유 순으로 부족이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이미 연료 부족 징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장기: 오래 끌수록 부작용이 커집니다
산업연구원 홍성욱 실장은 이렇게 제언합니다.
"한시적 운영을 전제로, 유류세 인하, 비축유 활용, 취약계층 직접 지원 등 다양한 정책과 패키지로 접근해야 합니다."
최고가격제를 오래 유지하면 품귀 현상, 주유소 간 물량 편차, 소규모 주유소 퇴출 같은 부작용이 본격화됩니다. 제도가 끝나는 순간, 억눌린 가격이 한꺼번에 치솟는 가격 쇼크 도 우려됩니다.
한국은행도 "충격의 크기보다 지속 기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전쟁이 길어지면 기대인플레이션(사람들이 "앞으로 물가가 오르겠지"라고 예상하는 심리)이 자극될 수 있다는 겁니다.
| 항목 | 석유 최고가격제 | 유류세 인하 |
|---|---|---|
| 작동 방식 | 정유사 공급가에 상한선을 설정. 위반 시 형사처벌 | 세율 인하로 소비자 가격 자동 인하 |
| 가격 억제 효과 | 휘발유 약 200원 경유 약 500원 | 휘발유 65원 경유 87원 |
| 재정 부담 | 정유사 손실 사후 보전 (추경 필요) | 세수 감소 직접 발생 |
| 주요 부작용 | 공급 부족 우려, 정유사 수출 유인, 주유소 경영난, 종료 시 가격 쇼크 | 효과 제한적, 세수 감소, 재정 부담 지속 |
| 지속가능성 | 단기 한시적 | 한시적 (5월 31일 종료) |
직장인이라면 이렇게 대비하세요
기름값이 당분간 내려올 가능성은 낮습니다. 중동전쟁이 끝나지 않는 한, 고유가 기조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주유 습관을 점검해보세요. 오피넷(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사이트)에서 내 주변 최저가 주유소를 찾을 수 있습니다. 주유소 간 리터당 100원 넘게 차이 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83L 기준이면 한 번 주유에 8,300원 차이입니다.
유류세 인하 기간을 기억하세요. 현재 유류세 인하 확대는 5월 31일까지입니다. 이후 인하폭이 줄거나 종료되면 기름값이 추가로 오를 수 있습니다.
장거리 통근자라면 대중교통 전환을 검토해보세요. 월 주유비가 30만 원을 넘는다면, 대중교통 정기권(6~7만 원)으로 전환하는 것만으로 월 20만 원 이상 절약이 가능합니다.
결국 핵심은 이겁니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기름값을 내리는 제도가 아닙니다. 더 오르는 걸 막아주는 브레이크입니다. 브레이크를 밟고 있어도 내리막이 아니라 오르막이면 차는 계속 앞으로 밀립니다. 전쟁이라는 오르막이 끝나지 않는 한, 우리 주유비 부담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